아직 잊지 않았어...

조회 수 495 추천 수 0 2006.05.06 02:03:47
3년만에 영규형이 내려왔다. 예전엔 참 싫어했었던 사람인데, 오랫만에 보니 왜그리도 반갑던지. 자퇴하고 재수하고 처음보는거라 왠지 서먹하지 않을까 했는데 여전히 그대로더라. 달라진거라고는, 이제는 연봉 6천의 직장인이 되었다는것 정도일까. 즐겁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영규형이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너 1학년때였나? 선배들한테 많이 맞고 괴롭힘 당했는데."

그 단 한마디에 내 기분은 완전 다운되어 버렸다. 그동안 완벽하게 잊고 지냈다고 생각한 악몽. 5년전에 있었던 잊을수 없는 사건.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든지 필사적으로 막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자리에 나는 없었다. 비겁하게도, 나는 피해다니느라 한참이 지난뒤에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5년동안 나는 동기들을 방패막이로 내 생각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왔다. 지금에 와서 지훈이를 보고 서먹서먹한 상태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것, 미선이에게 전화 한통조차 하기 힘든건 그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제와서 왜?

완벽하게 잊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나는 아직 잊지 않았어.. 
미선아.. 지훈아.. 미안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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