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로서의 나

조회 수 400 추천 수 0 2005.06.05 18:14:43
어렸을때, 우리집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내가 직접 카메라를 사기 전까지- 카메라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서는 어딜가든지 사진을 많이 찍으라 하셨었다.
그리고 꼭 한마디를 덧붙이시곤 했다.

" 나중에 보면 사진밖에 없어. 기회가 될때 많이 찍어놔야지. "

반면, 나는 사진 찍는걸 싫어했었다.
수학여행때도, 어딜 놀러갈때도, 많아야 한장 찍고 그만둔적이 많았다.
그 버릇은, 카메라 동호회 활동을 할때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피하고, 도망가고.
제대로 안찍히는 법을 습득해서 활용했으니... 할말 다 한거 아닌가.

입대전, 태영이가 내 사진을 인화해서 선물해준적이있다.
봉투 한가득. 나 자신도 모르는 것들.
그걸 받고 난 처음으로 내 사진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살펴 보았었다.

그 안에는 내가 있었다.
다른사람이 아닌 내가 있었다.





내가 프로필란에 사용하는 이 사진...
가장 나를 잘 표현한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바로 나다.

난, 이 사진을 통해... 어머니가 내게 했던 말을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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