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얼음 이야기

조회 수 667 추천 수 0 2002.05.16 00:30:00
오늘 미선이에게 연락을 받았다.

점심때 잠시 전화를 했었는데 상태가 안좋았는지 다음에 다시 건다고 하고 끊었다.

그리고 저녁에 가게에서 일하는데 날라온 문자.



"축제때 주막하는데 표좀 사주라. 가능하지? 동기사랑나라사랑. 기본안주 많이줄께..."



...역시 기대했던 내 잘못이었던것 같다.

왠일로 먼저 연락을 했나 하고 혼자 좋아했건만.

하하.. 그래. 역시 그랬던 거냐.



저 문자를 보는순간 머리에 핏줄이 팍하고 튀었다.

그냥 사달라고 했으면 아무 고민없이 사줬을지도 모르겠다.

동기사랑 나라사랑?

하.. 저 여덟글자로 난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볼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아무 연락이 없는 녀석이 저럴때만 연락을 하는건가.

말뿐인 동기가 아닐런지.

역시 내 사고방식의 문제였을까.





며칠전 대학로 재즈바에서 청옥님이 이런말을 했었다.



"얼음을 가까이 하면 붙어버리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죠.

하지만 그 얼음은 녹아버리면 다시 헤어지게 되는겁니다."



난 두개의 얼음의 사이를 띄워 냉동실에 넣어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되면 두개의 얼음은 녹지않고 오래오래 같은 형태로 있을것 같았기에.

그리고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하지만,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더라도..

이젠 어떻게 되돌릴수 없다.



난 이미 누가 다가와도 내가 먼저 막아버리니까.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주위를 맴도는 아웃사이더뿐이니까.

세희양이 말하는 불꽃은 그저 나의 겉모습일뿐이다.

난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마음속은 너무나도 차가워진 냉혈인간이 되었으니.



더이상 아무 기대도 하지 않으려 한다.

그 누구에게도.



아웃사이더, 혹은 보릿자루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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