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이야기

조회 수 718 추천 수 0 2009.07.27 01:46:15
1.
어제 일찍 잠든 덕분인지, 일곱시부터 일어나서 부산을 떨었다. 평소와는 달리 노트북을 켜고, 하기는 싫었지만 인도네시아에 갇혀있는 분을 떠올리며 살짜쿵 작업을 해주었다. 물론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되었기에 나조차도 당황했지만. 그리고 나서 오이도행 전철을 탔다. 접속 열차 대기로 간신히 금정역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타고 버스를 한번 더 갈아타고도 20분을 걸어가서 도착한 소래생태공원. 거기서 나는 잠시동안 뜨거운 햇빛을 맞았다.

2.
요즘 평소와 달리 말투나 행동에서 날카로움이 감춰지지 않는다. 그 누구조차, 심지어는 1년동안 같이 일하면서 고분고분히 말을 들어왔던 김차장님 앞에서도 날카로운 반응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인도네시아 프로젝트와 출장을 다녀오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던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은 외국에 다녀왔으니 좋았을거라고 하지만 나는 분명 그 일로 더러운성격이 최소한 몇배는 더 업그레이드 되었고 거기에 그 성격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까지 생겨버렸다. 물론 그러지 않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은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 어느 날보다도 날카로운 상태였다고 자부한다.

3.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실제로 내가 웃으며 맞이할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단 세명을 제외하고 일면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일면식 있는 분중 한분은 친밀도 바닥, 한분은 뭔지 모를 변화로 서먹해진분이었는데 그 분위기에서 웃고 낄낄거리고- 그럴만한 여유는 없었다.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아마도 나의 변화에 대해 느낌이 왔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한마디 했다.

"서울 가더니 건방끼도 생기고, 서울사람 다 됬구만?"

뭐, 예전과는 달랐으니 건방끼 건은 인정하고, 서울에 온지 2년이 되어가니 뒷말도 인정하겠다. 이러면 저 말에 대해 딱히 문제는 없다. 물론 나도 농담으로 한 얘기인건 알고 있는데, 저 한마디가 기억나는 이유는 저 이야기는 나에 대해서 명백하게 잘못 짚고 있기 때문일까.

어디까지나 서울, 청주 선을 긋고 이야기하는것, 내가 제일 싫어하는 류의 말이다.
그래서 어쩌라는걸까? 청주로 다시 컴백? 미안하지만 현재로는 전혀 생각이 없다. 게다가, 당분간 청주에 놀러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졌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게 더 정확하겠지.

어찌 됬든, 저 한마디 이후로 나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전처럼 씨익 웃고 돌아섰지만 BGM으로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라는 음악이 적절했을거다. 겉으로는 웃는거 처럼 보이긴 했는데 속은 아니었거든.

4.

아직까지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도, 취미도, 사람도 모두 뒤죽박죽이다. 가만히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빌어먹을. 인도네시아 건이 나에게는 확실히 독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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