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생겼어요

조회 수 808 추천 수 0 2009.09.04 23:22:15
작년 언젠가, 섹쉬마녀 누나가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것이 생각난다. 그때까지는 잘 몰랐던 해외 아동 후원에 관한 이야기. 멀리 아프리카에 딸이 생겼다고, 한달에 한번 밥한번 덜먹고 커피한잔 덜마시면 멀리사는 딸이 풍요롭게 살수 있다고... 사실 누나하고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 사이지만 그 한마디가 너무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얼마전, 무릎팍도사, 한비야 팀장편.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몇번이고 보고 다시 봤다. 그리고 얼마전에 발간된 한비야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도 사서 읽고 또 읽었다.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나는 겪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보다 더 충격적이었던건 그 아이들을 도와줄수 있는것이 나는 얼마 안된다고 생각하는 작은 돈이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한달에 한번 술을 덜먹자...' 라고 생각하며 월드비전을 통해 해외아동 후원신청을 했다.

사실 후원신청할때 내가 원했던건 인도네시아 아이였다. 얼마전 한달간 체류했던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한국에서 보지 못한 많은 경험을 했었다. 교차로에 차가 멈춰서면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신문을 팔아달라고 내밀던 자그마한 손들. 단 한번도 창문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처음보는, 너무나도 큰 문화적 쇼크였던것 같다. 그리고 나서 사무실 앞으로 밥먹으러 갔을때 단돈 3천루피아, 우리돈으로 4백원 남짓한 돈을 받으려고 여기저기 구두를 닦으러 다니는 아이들. 내가 본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 해주고 싶었다.

기다리고 있던 아동카드가 왔다. 집앞에 있던 봉투를 집어들고 '월드비전' 이라고 쓴 글을 보자마자 얼마나 가슴이 설레던지. 나의 바램과는 달리 인도에 있는 열두살 소녀였다. 1997. 1. 16일생. CHATRAPAL, Renuka. 인도네시아에는 사업이 별로 크지 않은건지 그래도 센스있게 네시아만 뺀 인도 아이로 결정되었다. 첫 편지를 쓰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좀 베끼기도 하면서 (이렇게라도 해서 잘 써서 보내주고 싶었다.) 편지를 썼고 번역 신청을 해서 번역본이 도착하면 직접 편지지에 써서 인도로 보낼생각이다.

사실 이런 후원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는건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수 있다는것 하나만으로 난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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